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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xlsl 님의 블로그
나는 나를 얼마나 버릴 수 있을까. 본문
이틀 전에 갑작스레 휴가를 냈다.
회사에서 한소리 들었지만,
뭐 어디 사람 일이 뜻대로 되던가.
예비 시어머니께서 요양병원으로 가시는 날이다.
두 달이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병원에 계시다, 요양병원으로 이동을 하시는데
어찌 신랑님만 보낼 수 있으랴.
분명 같이 간다고 하면 오지 말라고 할게 빤해, 먼저 얘기하지 않고 당일 아침에 얘기를 했다.
"자기야.... 자기는 왜.. 얘기를 안 해?"
"아니 이이. 얘기하면 자기가 또 오지 말라고 할게 뻔하잖아 그래서 그랬지.. 화났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다음부턴 꼭 얘기해 줘 조심해서 와"
"응 그럴게 미안해"
얘기 안 한 건 내 잘못이 맞다.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인 이유를 알고 있다.
"자기가 어머니 보고 충격받을까봐 못 오게 한 것도 있지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데..."
충격 받을 일이 있을까.
신랑님이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사실 나도 사회복지 분야에서 꽤 오래 일했다.
중증장애인 기관에서 몇 년을 보냈던 사람이다.
신랑님은 나를 너무 연약하게만 보는 듯하다.
게다가, 어찌 좋은 모습만 볼 수 있겠는가.
뭐든 함께 나누는, 우린 가족인데 말이다.
한 시간가량 운전해서 도착한 병원.
세 번째로 얼굴을 뵙는 어머니는 그 사이 잔뜩 야윈 모습이었다.
잠에 취하신 건지, 약에 취하신 건지..
나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시는 게 아닌가..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심란했다.
당사자는 어떨까 생각하니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때마침, 요양병원에서 사람들이 도착해 , 그 시설 환자복을 건네주었다.
신랑님과 협심해 어머니 환자복을 갈아입혀 드리고, 스트레처에 눕힌 다음 차로 이송하며
신랑이 어머니께 건넨다.
"어머니 먼저 가 계세요 곧 뒤따라 갈게요"
그는 어떤 마음일까.
나의 부모님께서는 두 분 다 건강하셔, 아직 그의 마음을 백 프로는 헤아릴 수가 없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나도 겪을 일이겠지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아려온다.
어머니를 먼저 요양병원에 보내고, 그는 그동안 어머니를 케어해 주신 간호사분들과 간병인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어떤 간호사분이 내게
"이렇게 자상한 분을 만나서 좋으시겠어요. 이런 분 또 없어요"
알고 있다.
지금 나의 신랑, 예비신랑은 참 다정한 사람이다.
현실주의자에 10년 치 인생 계획을 미리 세워놓는 계획형 인간이기도 하지만
이런 사람을 어디서 또 만날까 싶은
유니콘 같은 남자다.
(가끔 로봇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자랑은 이쯤 하고,
"괜찮아?"라고 묻자
"응 괜찮아. 그냥 덤덤해 이렇게 될걸 예상했으니까. 단지, 내 생각보다 일찍 벌어진 일인거지 너무 일찍"
어떤 위로를 건네면 좋을까.
나는 말주변도 없고, 나야말로 로봇 같은 사람이라 이 사람의 감정을 어떻게 헤아려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묵묵히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토닥여 주었을 뿐이다.
병원에서 요양병원에 제출할 서류를 받고, 정산을 한 다음 요양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30분 거리.
신랑님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심정일까.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지만
속은 얼마나 울고 있을까.
어머니께서 병동에 계실 때도 느낀 바지만,
병동엔 모두 나이 든 어르신들만 계셨다.
신랑님과 내가 병문안을 갔을 때
같은 병동에 계시던 할머님들의 시선이 잊히지 않는다.
주말마다 찾아오는 아들을 바라보는 눈빛.
그 눈빛에는
부러움이 담겨 있었다.
어머니 또한 뿌듯한 모습을 보이셨었다.
병원도, 요양원도 찾아오지 못하는 자식들.
다들 그들만의 삶이 있고, 이유가 있을 것이다.
노쇠하고, 편찮으신 부모를 찾아갈 수 없는 상황들이 있을 것이다.
부모는 바쁜 자식을 이해하면서도 속으로는 자식들이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내가 모셔야지 생각이 들다가도, 그러면 내 삶은?
결국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어"
결국 이런 생각에 닿는다.
나는 나를 얼마나 버릴 수 있을까.
부모의 삶이 있고,
나의 삶이 있다.
효자나 효녀로 살려면
아마도 나 자신의 절반은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이.
그게 아니라면
우리는 아마
부모를 위하는 마음을
조금씩 나누어
삶 속에서 꺼내 쓰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대부분의 우리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나는 지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타지에서 20년 넘게 살다가
부모님의 부름으로 고향에 내려와
집에 얹혀살게 되었다.
처음에는 많이 부딪혔다.
하지만 이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곧 신혼집으로 입주할 예정이다.
그래서 요즘은
부모님을 조금 더 위하며,
두 분이 건강하게 계신 지금 이 시간을
감사한 마음으로 보내려 한다.
문득 예전에 즐겨 듣던 노래 한 곡이 떠올랐다.
자우림의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그 노래처럼
우리는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것 아닐까.
신랑님도,
지금 그 순간의 최선을 선택한 것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조용히 말해주고 싶었다.
괜찮다고.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우리는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을 한 것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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