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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너티니 2026. 4. 10. 14:48

신랑님이 내게 서류를 내민다.

 

“자기만 쓰면 돼.”

 

그가 건넨 건 ‘혼인신고서’.

서류를 받아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현실 같지가 않았다.
마냥 얼떨떨했다.

 

아 정말 내가 가정을 이루는구나 싶은 생각과 동시에, 장편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우리만 이런 걸까 싶다가도,
아마 다른 사람들도 다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괜히 유난 떨고 싶지 않아 아무렇지 않은 척, 덤덤한 척했지만

막상 구청에 도착하니 그 마음이 오래가지 않았다.

 

무인 발급기 앞에서 멈춰 선 우리.

혼인신고를 하려면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이 세 가지가 필요했다.

기본증명서라는 게 있는지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렇게 또 하나를 배운다.

혼인관계증명서도 처음 떼 봤다.
당연히 아무 기록도 없는 깨끗한 종이.

그걸 보며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신랑님은 잠깐 묘한 눈으로 보더니,
이내 안심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괜히 또 티격태격.

 

직원분께서 처리까지 하루 이틀 걸린다고 하셔서
그대로 돌아서려는데

 

“저 앞에서 사진 찍고 가세요!”

 

입구 쪽에 신혼부부를 위한 작은 포토존이 있었다.

이것도 기념이다 싶어 사진을 찍으면서도
우리는 끝까지 티격태격이었다.

 

혼인신고 기념 샷!

 

혼인신고를 마치고 나오자
허기가 진 우리는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자리를 잡고, 주문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던 그때 문자 알림이 울렸다.

잠깐, 화면을 확인한 나는 그 자리에서 멈칫했다.

 

“아니… 이렇게 빨리 된다고?”

분명 하루 이틀 걸린다고 했는데.

“요즘 공무원들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해?”

내 말에 신랑님이 웃으며 묻는다.

“자기야, 혼인신고가 원래 이렇게 쉬운 거야?”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혼은 4주 걸린다던데.”

잠깐의 정적.

서로를 바라보다가 우리는 동시에 웃어버렸다.

“이제 진짜 돌이킬 수 없다.”

“잘 살아보자.”

 

웃으면서 부드럽게 말했지만

우리 둘 다 잘 알고 있다.

 

이제부터 실전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