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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승낙 후기

너티니 2026. 2. 19. 12:30

 

전 직장 동료의 결혼식을 다녀와 쉬고 있는데 남자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 아직 옷 안 갈아입었지?”

“응.”

“그럼 갈아입지 말고 기다려요.”

음? 왜지.

(나는 가끔 이렇게 눈치가 없다.)

 

궁금증을 안고 기다렸다.

엄마는 부엌에서 요리를 하느라 분주하고,

아빠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으로 고스톱을 치고 계신다.

참으로 상반된 풍경이다.

잠시 후, 도착했다는 연락.

마중 나가보니 그는 깔끔하게 정장을 빼입고 서 있었다.

아.

그래서 옷을 갈아입지 말라고 했구나.

그제야 의중을 알아챘다.

역시 내가 남자를 잘 만났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며 함께 현관으로 들어섰다.

부모님을 뵙자마자 그는큰절을 올렸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성은 ○가, 이름은 ○○입니다.”

음… 다들 이렇게 하나?

 

드라마에서는 이런 장면을 간주점프처럼 훌쩍 넘겨버리던데.

막상 현실에서 보니, 정석적인 인사가 꽤나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는 우리 결혼 계획을 제법 또박또박 브리핑했고,

부모님은 꽤 마음에 들어 하시는 눈치였다.

엄마의 목소리는 점점 하이톤이 되었고,

평소 말수가 적은 아빠는 쉬지 않고 말을 건넨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내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모두가 박장대소했다.

“엄마! 빨리 ○○한테 고맙다고 해!”

엄마는 웃으며 그를 안아주셨다.

 

그렇게 형식을 갖춘(?) 인사가 끝나고 저녁식사.

등갈비찜, 잡채, 모둠전, 그가 좋아하는 미역무침, 소고기뭇국까지.

뭐든 잘 먹는 그를 엄마는 흐뭇하게 바라보시고,

아빠는 묵묵히 식사에 집중하신다.

결혼도 처음이고, 이런 인사도 처음이라 그런지

어딘가 어색하고, 현실감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다들 이런 기분이었을까.

어쨌든 결론은,

부모님은 꽤 흡족해하셨고

남자친구도 우리 부모님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다는 것.

그리고 나는

이제 진짜로, 한 단계 넘어온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