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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xlsl 님의 블로그
결혼식이 두려운 이유(나를 돌아보며.) 본문
주말에 신랑을 만났다.
신랑은 요즘 어머니 일로 정신이 없다.
입원하신 지 한 달이 넘어갔고,
지금은 개인 간병인을 두고 있다.
글로는 이렇게 간단히 적지만,
실제 그의 상태는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진퇴양난.
병원에서 그는 이미 유명 인사다.
수간호사님도, 간병인분들도,
직원들까지 입을 모아 말한다고 한다.
“나라면 그렇게 못 해요.”
그렇다. 그는 효자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속이 뒤집히기도 하고, 걱정이 밀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본인 어머니를 그렇게 챙기는 일에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나는 그가 안쓰럽다.
그런 그를 조금이라도 웃게 해주고 싶어서,
정말 오랜만에 술잔을 기울였다.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그가 조용히 물었다.
“자, 이제 내가 궁금한 걸 말해줘.
왜 결혼식을 안 하겠다는 거야?”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지금의 내 마음을 꺼내 놓았다.
나는
사적인 나를 드러내는 게
편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결혼식이라는 자리가
나에게는 축하의 자리가 아니라
수많은 시선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
말을 마치자
그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겼다.
“내가 좀 더 생각해 볼게.
나만 믿고 기다려줘, 알겠지?
부모님께는 내가 말씀드릴게.”
언제나 내 편에서 나를 안심시키는 사람.
(어머니께서 고을을 구하셨다면, 나는 나라를 구하지 않았을까.)
든든한 그의 말에 마음이 풀렸는지
술이 술술 들어갔다.

1차로 고기를 먹고,
아쉬운 마음에 2차로 호프집을 찾아 나섰다.
마땅하다 싶으면 사람이 너무 많고,
고르고 고르다 들어간 곳은 사장님이 자리를 비운 상태.
우리는 또다시 골목을 헤맸다.
구석진 골목 끝,
불빛이 희미한 호프집 하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연령대가 다소 높은 손님들이 이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맥주를 주문했다.
깔깔대며 웃다가,
괜히 토라지기도 하고,
지인들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다른 연인들처럼 평범하고 화기애애한 밤을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아무도 모르는 우리만의 밤이 좋았다.
술기운이 오르자
마지막으로 코인 노래방에 가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을 마치고
그가 먼저 문을 나섰다.
그리고 내가 뒤따라 나가려던 그때,
“00야! 00!”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돌리니
같은 모임에서 알게 된 언니였다.
신랑과 나를 이어준 그 모임의,
꽤 가까운 A 언니.
A 언니는 예전에 신랑에게 물었다고 한다.
“00이랑 잘 어울리는데, 왜 둘이 안 만나?잘 만나봐!”
그에 대한 그의 답은 이랬다.
“이래저래 지금은 연애할 시기가 아니라서요.”
그랬던 우리가. 이게 무슨 일이람.
떡하니,
같은 공간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니.
그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반가움보다는
‘걸렸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게 싫은 나.
그래서 그도 배려해
모임에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었다.
굳이 알리지 않아도 될 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관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어쩔 수가 없게 됐다.
언니는 반가운 얼굴로
신랑과 나를 자리에 불러 한잔을 권했다.
우리는 웃으며 합석했고,
가벼운 농담과 질문이 오갔다.
“언제부터야?”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우리가 이어준 거네?”
웃으며 대답했지만
속은 조용히 긴장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우리의 관계가
이야깃거리가 되는 순간.
그 자리가 불편했다.
인사를 마치고
우리는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나왔다.

문을 나서는 순간,
묘하게 숨이 트였다.
그때 다시금 깨달았다.
나는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싫은 게 아니라,
나의 사적인 이야기가
누군가의 화제가 되는 것이 싫은 사람이란 걸.
“청주 바닥 진짜 좁다! 아니 술집에서 이렇게 만나냐. 길거리에서 만난 것도 아니고!”
그러게 말이다.
사실, 마음 한구석에선 알고 있었다.
우리가 나란히 걷는 모습을
누군가 보지 않았을까.
어디선가 이미
“어? 둘이 같이 다니네?”
라는 말이 오가지 않았을까.
만약 그렇다면
이제 더는 숨길 수 없을 텐데.
나는 괜찮을까.
신랑에게는 씩씩하게 말했었다.
“들키면 그냥 공개하자.”
숨길 이유도 없고,
당당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그렇게 말해놓고도
막상 그 상황이 닥치니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나는 지금
덤덤해지려고 애쓰는 중이다.
예식장을 시작으로
생각보다 많은 질문이 나를 따라왔다.
'나는 왜 결혼식이 부담스러울까.'
'나는 왜 공개되는 순간 심장이 먼저 반응할까.'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을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다.
어쩌면 나는
사람들 앞에 서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 사적인 영역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소비되는 걸
견디지 못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계기로 메타인지가 조금은 올라간 느낌이랄까.
꽤 많은 경험을 했고
적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지난 시간이
조금은 부끄럽다.
하지만 그 부끄러움조차
지금의 나를 더 또렷하게 만들어주고 있다면,
이 또한 나쁘지 않다.
결혼식을 할지 말지,
아직 답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건,
나는 지금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나 자신의 마음을 기준으로
선택하려는 중이라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이 무엇이 되든,
이번만큼은
자신을 설득한 뒤에 결정하고 싶다.
스스로가 완전히 이해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조금은 더 명확해져 있지 않을까.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나를 알게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지금의 나이를 살아내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헤매고 있는 나를 보면,
‘자신을 안다’라는 건
생각보다 단순한 일이 아니다.
마치 등반과도 같다.
한 걸음 올랐다. 생각하면
또 다른 경사가 나타나고,
정상이라 여겼던 지점이
사실은 중턱이었음을 알게 되는 일.
그런데도
계속 오르는 이유는,
조금 더 또렷한 나를 만나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흔들리는 나에서,
스스로를 이해하는 내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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